다이어트, 의지력, 호르몬, 코르티솔, 식욕조절, 체중감량, 다이어트실패
의지력만 강하면 다이어트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셨나요?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매번 일주일을 기점으로 의지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혹시 저만 이러는 건지 꽤 오래 자책했던 기억이 납니다. 알고 보니 그게 저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 다이어트 실패, 유전이 이렇게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런던대학교 의대 비만 전문 외과 연구에 따르면,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유전이 약 75%를 차지하고 가정환경이 10%, 의지력을 포함한 나머지 요인은 합쳐서 15%에 불과합니다. 저는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다이어트가 안 되면 으레 "내 의지가 약해서"라고 결론 내리는 게 너무나 익숙했으니까요.
캠브리지 의대에서 2019년 진행한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BMI(체질량지수,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비만도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18 이하의 날씬한 성인 1,600명과 고도비만인 2,000명, 정상체중 1만 명을 비교한 결과, 날씬한 사람들은 비만 관련 유전적 위험 수치가 현저히 낮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날씬한 사람의 74% 이상은 가족 중에도 건강하게 마른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출처: 캠브리지 대학교)
여기서 유전적 위험 수치란 비만과 연관된 유전자들을 종합해 개인의 체중 증가 경향성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간단히 말해,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기 쉬운 유전자 구성인지를 나타냅니다. 이 수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뚱뚱한 건 아니지만, 체중 조절에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유전의 영향을 실감하는 건 의외로 일상적인 순간입니다. 비슷하게 먹고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친구는 찌지 않고 저는 찌는 경험, 한 번쯤은 있으셨을 겁니다. 그게 의지력 차이가 아니라 애초에 다른 조건에서 시작한 것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 호르몬이 식욕을 지배한다, 의지력으로 이길 수 없는 이유
사실 저는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마다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물을 자주 마셔서 가짜 공복감을 줄이고,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은 뒤 탄수화물을 먹는 거꾸로 식사법도 꽤 열심히 실천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을 넘기는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의지력이 급격히 소진되는 걸 느꼈습니다. 방법이 잘못된 게 아니라 무언가 다른 원인이 있었던 겁니다.
미국 심리학회의 연구(1998)는 의지력을 근육에 비유합니다. 한 번에 쓸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고, 다른 곳에서 의지력을 먼저 소모하면 식욕 조절에 쓸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어 단어를 외우거나 청소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나면, 음식 앞에서 버티는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집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여기서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코르티솔(cortisol)의 역할입니다. 코르티솔이란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혈당을 올리고 식욕을 자극하는 작용을 합니다. 특히 단 음식이나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알게 되고 나서야 "왜 스트레스받은 날 유독 치킨이 땡기는지"가 납득이 됐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동이 체중 조절에 추가적인 변수로 작용합니다.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의 수치 변화가 식욕과 에너지 수준을 매번 다르게 만들기 때문에, 매달 컨디션이 달라지는 건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생리학적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를 억지로 버티려 하면 오히려 나중에 더 크게 터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리하면, 다이어트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유전적 체질: 같은 칼로리를 먹어도 체지방 전환율이 다를 수 있습니다.
- 코르티솔 분비: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폭식 충동이 생리적으로 강해집니다.
- 의지력의 한계: 하루에 쓸 수 있는 자기조절 에너지는 누구에게나 제한적입니다.
- 호르몬 주기: 특히 여성은 생리 주기에 따른 식욕·체력 변동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 의지력을 아끼고 시스템으로 버티는 실전 방법
그렇다면 어쩌라는 걸까요. 포기하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의지력을 있는 대로 다 끌어다 쓰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정된 의지력을 아껴서 꼭 필요한 순간에만 써야 한다는 겁니다.
저명한 심리학자 마크 무라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주 작은 목표를 반복적으로 성공하는 경험이 쌓이면 의지력 자체가 조금씩 늘어납니다. 여기서 핵심은 "작은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 달에 10kg 감량"이 아니라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간식 끊기"처럼 당일 안에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단위가 효과적입니다. 이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즉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쌓여야 다음 단계가 가능해집니다.
실전에서 도움이 됐던 건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의지력으로 참는 게 아니라 참을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집에 간식을 두지 않거나,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고정해서 가짜 식욕(공복 호르몬인 그렐린이 불규칙한 식사 패턴에 반응해 과도하게 분비되는 상태, 실제로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아도 배고프게 느끼는 것)이 덜 올라오게 하는 방식이 저한테는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2010년 연구에서는 "내 의지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 의지력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인드셋 하나가 생리적 반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이어트에서 운동, 식단, 수면은 잘 챙기면서도 살이 잘 안 빠지는 분들이 있다면, 스트레스 관리가 빠진 건 아닌지 한 번쯤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코르티솔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에서는 같은 식단이어도 체지방이 더 잘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내가 어떤 스트레스를 안고 살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 자체가 다이어트의 일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이어트를 "의지력 싸움"으로만 접근하면 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유전, 호르몬, 환경, 그리고 시스템까지 함께 보는 시각으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접근법입니다. 실패했다면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전략이 달라져야 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그 방향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건강 문제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