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사는남자 후기 (단종, 흥행, 완성도)
왕가사는남자, 왕가사는남자후기, 단종, 사극영화, 박지훈, 유예진, 개유정난, 2026영화 솔직히 저는 극장에 가기 전까지 이 영화가 천만 후보라는 수식어를 달 만한 작품인지 반신반의했습니다. 2025년 한국 극장가가 얼마나 참담했는지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겁니다. 그런데 왕가사는남자를 보고 나니, 적어도 200만은 가볍게 넘기겠다는 확신이 들더군요. 단순하지만 확실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본 날은 2월 4일 개봉 당일이었는데, 극장 분위기부터 남달랐습니다. 평일 낮인데도 중장년층 관객이 꽤 많이 보였고, 상영 내내 객석 반응이 살아있었습니다. 웃을 땐 웃고, 숨죽일 땐 숨죽이는 그런 몰입감이 있었죠. ## 단종이라는 소재, 과연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 영화가 노린 첫 번째 카드는 명확합니다. 바로 개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죠. 수양대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사건. 영화 관상에서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대사가 밈처럼 퍼질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습니다. 왕가사는남자는 관상이 다루지 않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펼칩니다. 권력 다툼이 아니라 폐위된 단종의 시선으로 유배지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그린 겁니다. 제가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정치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 드라마에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열 살 나이에 왕이 됐다가 숙부에게 배신당한 소년의 이야기. 그 비극성 자체가 관객의 감정선을 확실하게 잡아당깁니다. 다만 제 생각엔 역사적 맥락이 다소 단순화된 느낌도 있었습니다. 개유정난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 배경으로만 존재하고, 권력 구조의 복잡한 역학은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도덕적 구도가 비교적 명확해서 몰입은 쉽지만, 사극 특유의 무게감은 약해진 측면이 있죠. 개인적으로는 조금만 더 정치적 긴장감을 살렸다면 작품의 깊이가 한층 더 살아났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박지훈의 단종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표정만으로 절망을 전달하는 초반 장면은 단순히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저는 보면서 사도의 유아인이 떠올랐어요. 절망적인 왕자를 표현하는 방식이 비슷했거든요. ## 흥행 가능성은 충분한데, 완성도는 어땠을까? 이 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극 영화는 극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왔습니다. 명량 1700만, 광해 1200만, 왕의 남자 1200만. 모두 극장가를 장악했던 작품들이죠. 왕가사는남자 역시 가족 단위 관객까지 포괄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분명합니다. 특히 유예진이 연기한 어도라는 캐릭터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초중반까지는 거의 코미디 영화 수준으로 웃음을 사냥합니다. 유배지를 두고 다른 마을 촌장과 경쟁하는 장면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영화에서 이런 톤이 가능하다니 신선했죠. 하지만 제가 보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톤 전환이 급격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유쾌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비극으로 치닫는 구조가 일부 관객에게는 감정적 괴리를 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제 옆자리에 앉은 관객은 후반부 내내 표정이 굳어 있더군요. 유지태의 한명회는 이번 영화의 빌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한명회는 체격이 외소한 지략가였죠.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거구에 무력까지 갖춘 캐릭터로 나오는데, 수양대군이 등장하지 않는 공백을 혼자서 메우고 있습니다. 이 설정이 역사적으로 정확하진 않지만,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는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 천만은 가능할까? 제 솔직한 전망 제가 극장을 나오면서 든 생각은 이겁니다. 이 영화는 분명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천만 영화가 되려면 단순히 재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강력한 입소문과 감정적 파급력이 필요하죠. 최근 한국 극장가 분위기를 보면 관객들은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OTT에 익숙해진 환경에서 극장까지 나올 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우리가가 237만을 기록한 것도 입소문 덕분이었죠. 왕가사는남자 역시 같은 경로를 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개인적인 전망은 이렇습니다. 1차 목표선은 300만에서 500만 사이로 보입니다. 이후 입소문에 따라 확장될 여지가 있지만, 천만까지 가려면 단종과 어도의 관계에서 폭발적인 감정 이입이 일어나야 합니다. 저는 그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거든요. 두 인물의 유대감이 급격하게 형성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2026년 극장가에 확실한 활력을 불어넣을 작품입니다. 제가 극장에서 느낀 몰입감과 관객 반응은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요.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특히 단종이라는 인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충분히 값어치 있는 경험이 될 겁니다.
